주목할 만한 국내 사진전

김수강 초대전

<작업 노트>


나는 1996년 사진 작업을 시작한 이래로 현재까지 일상의 작고 하찮은 사물에 나의 시선을 주고 나의 손길로 호흡을 불어넣음으로써 조금은 새로운 감성으로 그 사물을 바라보게 하는 작업을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Gum Bichromate Print)라는 방법으로 일관되게 해오고 있다. 그동안 내가 다루었던 대상들은 소금 통, 속옷, 옷걸이, 단추, 연필, 줄자, 그릇들, 돌멩이, 보자기, 과일 등의 일상으로부터의 것들이었다. 내가 찍은 사진들 속에는 어떤 사건도, 결정적인 순간도 포착되어 있지 않다. 내 사진들이 기록하는 것은 지극히 단순한 일상의 사물들이다. 내 시선에 들어와 사각의 프레임 안으로 옮겨 오기 전의 구체적 실체로써의 그 사물들은 내 인생에서 그다지 중요한 무엇이 아니다. 나의 작업은 중요하지 않은 그 사물들을 깊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시간이다.
내가 사용하는 기법인 검 바이크로메이트 프린트는 그림물감이 섞인 감광액을 판화지에 바르고 말리고 자외선으로 노광을 주고 물로 한 시간여의 현상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10~15회 정도 반복함으로써 색의 변화를 주고 톤의 밀도를 높여나가는 비교적 많은 시간과 손이 가는 작업이다. 내가 작업을 통해 하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을 ‘바라봄’으로써 그 존재의 자연스러움과 숭고함을 끌어내고자 함인데 검 바이크로메이트 기법은 그 과정을 충실히 해내도록 도와주는 훌륭한 도구의 역할을 한다.
존재하는 무언가의 아름다움은 그것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것이라는 마음이 작업의 시작점이 된다. 나는 이 사물들을 바라볼 때 일상의 평범한 생활의 맥락에서와 조금 다르게 보려고 노력한다. 그 사물들이 가진 세계를 보기 위해 깊이 들여다본다. 오랜 시간 찍고 다듬고 손으로 인화하고 그것을 여러 차례 반복하는 과정은 사진의 현실성에 회화적 감성을 입히면서 그 대상을 실생활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자세히, 새로운 각도에서 들여다보게 하고 함께 호흡하게 한다. 그 과정을 끝내고 난 후의 사진 속 대상은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그 사물로부터 출발한 다른 무엇이 되어 있다. 촬영과 인화의 긴 시간은 들여다봄의 여정이고 그 과정들을 통해 나를 거친 사물들은 조그만 우주로 다시 태어난다. 나는 내가 보는 그 사물들이 중심인 그 우주를 들여다보는 일을 한다. 그것은 결국 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일이다.

2021-07-16 ~ 2021-12-12
강원 평창군 용평면 안인평2길 29 (재산리)
류강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