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국내 사진전

김홍희 사진 택리지 / 루트 777

이중환의 택리지는 그 시대를 말하고

김홍희의 사진 택리지는 이 시대를 말한다


 

3백여 년 전, 실학자 이중환(李重煥, 1690~1756)은 조선 땅의 ‘살만한 곳’을 찾아 25년 동안 헤매다녔다. 그는 젊은 나이에 급제하고 문장과 학식, 재주가 당대 제일이라 여겨지던 이였다. 그러나 그의 시대는 당쟁이 극심한 혼돈 정국이었기에 이 총명한 싹은 뿌리째 뽑혀 떠돌아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 이중환은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는 곳을 찾아 동서남북을 다니며 산수, 지리, 인심, 물자 등을 두루 살폈고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에 기초한 인문 지리서 『택리지(擇里志)』(1751)를 완성 했다.

 

20여 년 전, 사진가 김홍희는 새로운 천 년을 맞이하는 전 인류를 대신해 한국인 365명의 얼굴을 촬영해 『세기말 초상』(1999)을 펴냈다. 천 년 후의 인류가 천 년 전 인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기록’하는 것이 사진가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이자 소임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구상한 또 하나의 굵직한 주제가 바로 조선 시대 이중환 선생의 ‘택리지’를 사진으로 재해석하는 ‘사진 택리지’였다. 나를 생겨나게 한 이 땅의 산하를, 길과 길이 이어져 만들어진 도시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잔잔한 들판과 출렁이는 바다를 가능한 한 샅샅이 훑어보고 싶다는, 또 훑어봐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사진 택리지’ 프로젝트는 아무 때나 길을 나서서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이 구상을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풀어가야 할지 고민한 시간이 20년쯤 되었을 때 마침 맞은 시기에 들어섰다는 느낌이 왔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적 이슈에 따라 사분오열로 갈라져 갈등이 심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지치고 피로한 사회에 결정타가 날아들었으니, 바로 코비드 19 팬데믹이다.

 

“이것은 어떤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가 공동으로 겪는 대사건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문제는 인류 전체의 고통이자 생존의 문제이지, 이념이나 정치적 이슈로 해결할 문제가 아닙니다. 말하자면 제가 추구하던 작업 방식에 맞는 시절을 갑작스레 맞닥뜨리게 된 것입니다. 전 인류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고 함께 헤쳐가야 하는 우리 모습을 담아야 하는 저의 사진가로서의 책임과 당위성이 발동해야 하는 시절인 것입니다. 좌우 이념의 전쟁터가 아닌 인류 본연의 생존, 절체절명의 순간과 싸우는 우리를 기록해 두기. 20년 동안 구상에 머무르던 기획이 현실화된 것은 이러한 시대적 소명 의식 때문입니다.”

 

움직여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세부 계획을 세우고 일사천리로 진행해나갔다. 김홍희 사진 택리지는 수년에 걸친 다양한 촬영 루트가 합쳐져 완성될 예정으로, 그 첫 번째 스타트는 7번 국도와 77번 국도를 따라가는 ‘루트 777’이다. 7번 국도는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동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국도이고 77번 국도는 경기도 파주에서 서해안을 따라 내려와 목포를 지나 남해안을 타고 부산까지 오는 도로이니, 루트 777은 한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국도를 의미한다. 1차 프로젝트 ‘루트 777’에 이어 2차 프로젝트는 ‘백두대간’, 3차 프로젝트는 ‘영남대로’, 4차 프로젝트는 ‘삼남대로’, 그리고 마지막 5차 프로젝트는 ‘한강·낙동강·영산강’을 촬영할 계획이다.

 

한편 김홍희 사진 택리지는 김홍희 사진가 홀로 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김홍희는 한정판 사진집 300권 발행을 위한 출판 펀딩을 진행했다. 출판 펀딩은 사진집 제작비용을 마련한다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책인 동시에 지금 우리의 시대를 기록하며 통찰해보는 사진 택리지 프로젝트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확산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펀딩 참여자 가운데 희망하는 이들은 각 지역 촬영에 동참해 함께 촬영하고 토론하고 사색하며 이 시대 나의 자리, 우리의 자리를 살피는 기회를 가졌다.

 

김홍희 사진 택리지 1차 프로젝트 ‘루트 777’은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촬영되었다. 매서운 겨울 바람도 맞고 무겁게 짓누르는 검은 구름과 쏟아지는 비도 만났다. 그런가 하면 맑고 파란 하늘과 부드러운 바람, 따사로운 햇살에게 위안을 받았다. 30여 년 동안 카메라를 들고 헤매 다닌 사진가가 육십 대에 접어들어 다시 길을 나서서 마주한 것은 무엇일까? 그에게 이 시대는, 조국 산하는,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일까? 3백여 년 전 이중환은 조선 땅에 ‘살만한 곳’, ‘살기 좋은 곳’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와 관련해 ‘택리지’ 발문에서 그는 문장 밖에서 ‘참뜻’을 헤아리라고 했으니, 이중환이 택리지를 통해 말하려고 한 것은 서로 분열되어 갈등이 팽배한 사회에서는 그 산수가 아무리 좋고 물자가 풍요롭더라도 마음 편히 거처할 곳이 없다는 의미일 것이다.

 

김홍희 사진 택리지는 이미지 시대에 걸맞게 이미지로 시대를 읽는다. 감염병이 전 세계를 뒤흔든 시대, 새로운 일상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시대, 갈등과 싸움이 여전한 시대의 이미지를 보며 그 너머의 ‘참뜻’을 생각해보자. 누군가에게는 답답하고 슬픈 현실이 보일 것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지나온 과거와 지금의 자리보다 나은 희망의 꿈이 보일 것이다. 김홍희 사진 택리지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홍련암


장사 해수욕장


광안리


대천 해수욕장


압해도

 

 

관람시간 / EXHIBITION OPENING TIMES

화 / 토 오전 10:00 - 오후 06:00 Tue / Sat 10:00am - 06:00pm

일요일 오전 11:00 - 오후 05:00 Sunday 11:00am - 05:00pm

휴 관 월요일(국경일) Closed on Mondays (Holiday)

 

주소 / ADDRESS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좌동로 63번길 23 리빈갤러리 (48082)

23, Jwadong-ro 63 beon-gil Haeundae-gu, Busan, Korea (48082)

 

오시는 길 / DIRECTIONS  

부산 지하철 2호선 해운대방향 장산역 하차 12번 출구 도보 10분 소요
부산 지하철 2호선 해운대방향 중동역 하차 8번 출구 도보 10분 소요
버스 115-1, 100-1, 63번, 181번 코오롱아파트 하차 도보로 5분 소요

 

전시기획 및 기타문의는 담당자에게 전화주시기 바랍니다.

+82. 51. 746. 9334 livein_gallery@naver.com

+82.10. 8644.8045

 

2021-11-06 ~ 2021-11-19
부산 해운대구 좌동로63번길 23 (중동)
리빈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