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국내 사진전

멀미

<멀미>

김서형

삶의 고통은 면역력이 강하다. 그러나 경험치가 무의미해지는 아픔이 있다. 죽음으로 인한 이별인 것이다. 누구에게나 필연적인 죽음이기에 맘의 준비를 해도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항상 동반한다. 누구의 죽음도 반복되는 것이 아니기에, 항상 첫 죽음의 경험이기에,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시간이 약이다’라며 떠난 이들을 보내 주고, 현실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고 한다. 며칠간의 애도를 마치고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그 속도에 멀미를 느꼈다. 또한 다들 제자리로 돌아간 듯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극복하지 못한 나의 삶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죽은 이들과 현실 속에서 공존하는 듯한 나는 비현실적일 뿐만 아니라, 우울증 환자로 보이고 나의 삶은 불행한 삶을 살아야 하는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빈자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이미 다른 세계에 사는 것이다.



이별에 있어서 만병통치약으로 보이는 ‘시간’ 은 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슬픔은 어느 날 느닷없이 튀어나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과의 공존과 연속된 삶을 그리워하는 갈망이 커졌다. 데리다는 우리는 어떤 대상을 사랑하고 있을 때, 그에 대한 애도도 이미 시작된 것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슬픔에 끝이 없어야 함도 당연한 것이다. 애도는 완성해야 하는 작업이 아니라, 잃어버린 그들을 끝없이 찾아 나서는 길인 것이다.



세계가 몸이 지각하는 데로 정의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지각의 장을 확장함으로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편협함을 깨부수고, 전 우주적으로 확장된 세계를 통해 언젠가는 찾을 그들의 존재를 확신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진에 의해 드러나는 이미지는 나의 눈길에 앞서 존재하는 지각의 대상이 있음을 드러내 주는 듯하다. 바닷가는 과거의 흔적과 시간이 축적된 장소이자, 상상에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다. 눈물을 흘릴 수도 없고 고통을 느낄 수 없는 돌이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를 만나 대신 울고, 우리 놀이터였던 바다에서 동생을 만나 아빠의 품에 안긴다. 무엇보다 앞으로 그들과 같이 공존하는 삶을 살기 위한 내 맘의 비밀 장소인 것이다.



그 바닷가에서 세월의 켜 속에 담긴 수 많은 이야기들을 가지고 현재의 나를 이어 미래를 여는 통로를 만들기 위한 과정들을 수행적으로 행한다. 사진의 병치를 통해 새로운 시공간에서 유발되는 감각을 예민하게 들여다 본다. 그러는 중에 생각지 못한 부분들과 마주하게 된다. 감춰진 이야기를 추적하는 것이다. 죽음은 거부할 수 없지만 관계는 거부할 수 있다.



나의 작업은 완성될 수 없다. 다만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을 시각언어로 표현하므로, 무질서의 의식에 질서를 부여하고, 질서 있게 잘 슬퍼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남겨진 나를 유난히 걱정했을 그들을 향한 행동과 의지의 표현을 하는 것이다. 떠난 그들과 그들의 부재 속에 살아가는 나를 위한 끝이 없는 애도를 하는 것이다. 즉, 계속되는 사랑인 것이다.

2021-11-03 ~ 2021-11-28

갤러리 사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