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국내 사진전

Sounding The Gaze

상대성이란 곁에 있는 무언가에 의해 결과값이 달라진다. 어떤 선 하나는 옆에 그어진 다른 선에 의해 길이가 짧아 보이기도 하고 길어 보이기도 한다. 존재하는 것은 고유한 존재성을 지니는 동시에 상대적 존재성도 지닌다. 공간이나 시기, 때론 동행인에 따라 존재성은 달라진다. 하나인 동시에 무수히 다른 모습으로 파생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예술 작품도 마찬가지이다. 작품 자체로 고유의 예술적 존재성은 가지지만 타자의 작품을 통해 미처 발견되지 못한 또 다른 차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상대적 존재감은 관계라는 역학구조에서 비롯된다. ‘관계’라는 구조는 나름의 리듬감을 가지는데, 이때 이 리듬감이 인식의 대상이 된다. 충분히 다차원적이고 다중적인 인식의 세계지만 그 너머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비시각적인 떨림과 울림이 존재한다. 이러한 반향은 관계 맺고 있는 두 오브젝트 간의 심리적 위상차이에서 발생한다. 타자, 공간, 시간이라는 각기 다른 매개에서 발생한 울림이 화음을 만들거나 공조를 일으킨다.

구본창 작가와 정경자 작가가 그렇다. 이들의 작품은 과연 어떤 식으로 대화를 나누는지 그 가능성의 정도가 궁금하다. 침묵으로 진행되는 이들의 대화는 무언의 암시이면서 대상을 넘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킨다. 나아가 마음에 다양한 형태의 파장으로 번져 새로운 관계를 성립한다. 그 메아리는 평범하고 세속적인 독백일 수도 있고, 영혼을 울리는 공명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순간과 대상들은 (나름의) 진정성을 가지고 있으며 때론 대화를 통해 그 진정성이 더욱 두드러지거나 새로운 모습을 발견되기도 한다. 작품 간의 여백에서 이러한 자극과 신호를 포착하게 될 것이다. 유위 속에서 무위를, 단절 속에서 연결을 자각하도록 해준다. 여백은 또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침묵, 고요, 평온, 행복, 충만, 우울 등 일상적인 감정들이 여백 속에 시•공간적으로 응축되어 있다.

어떻게 보느냐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다. 함께 보여지는지, 동시에 바라보는지, 혹은 서로 바라보는지. 시선의 종류와 방향에 따라 시공간은 중첩될 수 있으며, 이때 고유한 좌표는 상실된다. 서로의 경계가 무너지고 더 큰 우주로 귀속되는 것이다. 아니면 새로운 좌표를 부여 받을 수도 있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나무가 책상이라는 상품으로 나타나자마자 그것은 감각적인 동시에 초감각적인 물건으로 되어 버린다.”라고 말한 것처럼 빛의 존재성, 더 나아가 새로운 존재성은 관계라는 구조 속에서 새로운 존재성을 부여 받고 확장되고 재창조된다. 존재의 본질은 지속적으로 의심 받을 것이며 해체되거나 재조명 받기를 반복할 것이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이. 두 작품 간의 대화는 우리에게 깊이 있는 질문을 다양하게 던지며 익숙한 삶의 풍경 속에서 낯섦을 만나는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김희정 독립큐레이터

2021-12-01 ~ 2022-01-11

K.P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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