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국내 사진전

조덕현 mirrorscape


이작품은 회화일까요?

  

 painterly 2111-3조덕현

 

아닙니다.

인화지에 출력한 사진입니다.


그럼 이 작품은 사진일까요?


vanitas-이우, ©조덕현 


아닙니다. 

장지에 연필로 그린 이우 왕자(영친왕 조카)의

 

모습입니다. 



painterly 2111-6, 2111-9, ©조덕현 


이 또한 회화처럼 보이지만인화지에 출력한 사진작업들입니다.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조덕현의 개인전 《mirrorscape》에는 이렇듯 사진과 회화의 시각적 상식에서 벗어나고 그 경계를 가로지르며 예술 형식에 대해 다양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이 대거 소개됩니다. 미술관의 개별 공간을 잘 활용한 6개의 대형 설치 작업과 5점의 대소형 회화, 그리고 30여 점의 사진 작업들, 그 외에도 2개의 모니터를 통해 150점의 사진작업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작품들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뿐 아니라 실상과 거울 속의 허상이 교묘하게 교차하기도 하고, 실제 모습을 거울에 비친 듯 통합한 이미지로써 현실과 가상의 풍경을 가로지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전시 관람을 시작할 때는 어디가 실상이고 어디가 허상인가, 무엇이 사진이고 무엇이 그림인가 구분해보려 하지만 점차 그 구분이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러면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의 독특한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전시장 전경, ©한미사진미술관 



descending, ©조덕현 


예수 그리스도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리는 비극적 장면으로 〈하강descending〉이라는 제목을 붙인 위 작품은 루벤스의 〈십자가에서 내림Descent from the Cross〉을 인용하여 연필로 그린 그림입니다. 여기에 현대의 비극인 시리아 알레포의 붕괴된 건물을 오버랩해 고금을 연결하고 무거운 주제를 던집니다. 작가는 작품을 위의 이미지처럼 대형 블랙박스 안에 거꾸로 걸고 그 바닥에는 대형 거울이 설치했습니다. 




 descending, ©조덕현 


전시 공간에서는 위 이미지와 같은 장면이 연출됩니다. 즉 실제 그림은 거꾸로(도립) 있고, 거울을 통해 보는 허상은 바로(정립) 보입니다. 도립 실상과 정립 허상으로 초창기 사진의 메커니즘을 상징하는 듯한 이 작품은 전시장에서 직접 경험할 때 그림의 질감, 그리고 인식을 교란하는 공간의 뉘앙스를 풍부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descending, ©조덕현 




 uchronia 2111-2, ©조덕현 

 

위 작품 〈유크로니아 uchronia〉는 충북 영동군의 어느 마을 버려진 교회를 찍은 후 색채 반전 등 보정을 한 사진입니다. 작가는 수년 전부터 주민들이 떠난 우리나라 곳곳의 마을을 찾아 사진을 남기는 일명 ‘마을 프로젝트’로 함안, 고령, 합천, 산청, 상주, 김천, 군위, 의성, 영동, 보은, 구례, 승주, 곡성, 순창, 남원, 김제, 익산 인근의 여러 마을을 답사하며 사진을 찍어왔습니다. 유크로니아는 유토피아(이상향)의 공간적 개념에 비해 시간적 개념인 이상시理想時를 말합니다. 

작가는 “점차 소멸해가는 그 장소들은 미미한 포인트에서 독특하고 장렬한 아름다움을 뿜어 내는데 나는 그것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미학적 지위를 부여하고자 한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마을’은 또 하나의 상징으로서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서 어느새 사라지고 있는 대상들을 애틋한 시선으로 살려내는 일이 포괄적 주제일 것입니다. 



전 시 소 개 

한미사진미술관은 사진을 캔버스에 옮겨 그린 ‘사진 같은’ 회화와 이를 토대로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로의 확장을 통해 실제 혹은 가상의 서사를 구축하는 조덕현의 《mirrorscape》를 12월 11일(토) 개막한다. 《mirrorscape》 전시에서는 조덕현의 대표작인 ‘사진 같은’ 회화 신작과 함께 거울을 이용한 대형 설치 작품 6점과 ‘회화 같은’ 사진 연작 《mirror walk》, 《painterly》, 《uchronia》 30여 점을 출품하며 미처 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200여 점의 사진작업들도 모니터를 통해 선보인다.  

조덕현은 1990년대부터 오래된 흑백사진 속 인물을 주로 연필과 흑탄을 사용하여 캔버스에 정교하게 옮겨 그림으로써 사진 속 과거의 인물을 지금 이곳으로 소환하여 재조명하는 ‘사진 같은’ 회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미 존재했던 과거 사실을 담보하는 사진은 작가의 작업의 시작점이자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매체이다. 오래된 사진이미지를 극사실적으로 캔버스에 담아내는 작업 과정은 사진이 가진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 구체적 현실과 보편적 비현실, 실상과 허상을 중첩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mirrorscape》 전시에서 거울은 핵심장치이자 작업 전반을 아우르는 키워드이다. 작가는 풍경 사진을 거울로 채워진 공간에 배치하거나, 캔버스 아래에 거울을 설치해 거울 반사에 의해 만들어지는 이중 이미지를 연출하는 방식으로 회화를 새로워 보이게 한다. 또한 전시장 내 작품들은 데칼코마니 같은 형태로 거울에 비친 반사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거나, ‘흑백과 컬러’, ‘사진 같은 회화와 회화 같은 사진’이 서로 마주 보는 형태로 긴밀하게 연결된다. 이는 작가가 그동안 천착해온 과거와 현재, 밝음과 어둠, 실존과 허구 같은 대립 상들이 무한히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공간 속에 시각화한 것으로, 《mirrorscape》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

 

 

 

mirrorscape 2, ©조덕현 


《mirrorscape》에서 선보이는 ‘사진 같은’ 회화는 오마주 연작으로 그 중 서순삼, 홍순태, 정해창, 이우 왕자를 다룬 작품들은 한미사진미술관의 근현대사진 소장품을 소재로 하여 제작한 신작이다. 일명 ‘꽃미남’ 왕자님으로 통하는 의친왕의 차남이자 고종 황제의 손자였던 이우 공(1912~1945)의 결혼 앨범 속 초상 사진인 〈금관조복을 입은 이우 공〉과 한국 근대사진 선각자 중 한 명인 서순삼(1988~1973)의 〈무제(화분의 꽃)〉, 다큐멘터리 사진의 거장 홍순태(1934~2016)의 〈청계천 하류〉, 우리나라 최초로 사진 개인전을 개최한 정해창(1907~1968)의 〈풍속(망태를 지고 걷는 노인과 어린이)〉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번 전시의 오마주 작품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분류되는데, 장지에 그린 ‘사진 같은’ 회화와 가로, 세로, 높이 약 2m 크기의 정방형 컨테이너 안에 캔버스를 두고 바닥에 거울을 배치한 설치작업이 있다. 오마주 작업은 한국 근현대사진의 선각자에 대한 존경을 표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작품과 거울이 서로 맞닿아 있는 형태로 설치하여 오마주가 내포하고 있는 ‘바라보다’는 의미를 시각화한다.  

마지막으로 ‘회화 같은’ 사진 연작 《mirror walk》, 《painterly》, 《uchronia》는 사라져가는 우리나라 곳곳의 마을을 찾아 사진을 남기는 가칭 ‘마을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조덕현은 2015년부터 지금까지 경기도의 작업실 인근과 유년을 보낸 강원도 일대 그리고 경상도, 충청도, 전라도의 소도시와 이(里)단위의 작고 오래된 마을의 사진을 찍어왔다. 점차 소멸해가는 장소들에서 작가의 눈에 포착된 독특하고 장렬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지점들은 이후 디지털 작업에 의해 독특한 색감과 질감으로 이행하면서 사진인 듯 그림인 듯, 현실인 듯 가상인 듯 오묘한 공간으로 변한다. 

 

 

아티스트 토크 및 도록 발간 안내

《mirrorscape》 전시 연계 행사로 아티스트 토크가 2월 5일(토) 오후 3시에 진행된다. 아티스트 토크는 한미사진미술관 본관에서 진행되며, 인스타그램 라이브 기능을 통해 온라인으로 실시간 송출할 예정이다. 더불어 사진 심리학자 신수진 교수가 필진으로 참여하여 조덕현 작가의 작품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를 도울 수 있는 연계도록이 2월 중 출판된다. 

 

 

전 시 개 요 

전시제목 : 조덕현 《mirrorscape》 

전시기간 : 2021년 12월 11일(토) ~ 2022년 2월 19일(토) 

전시장소 : 한미사진미술관 19층 제1, 2전시실 

전시작품 : 회화, 사진, 혼합매체 34점 

주 관 : 한미사진미술관 

기 획 : 한미사진미술관 

후 원 : (재)가현문화재단, 한미사이언스 

관람시간 : 평일 10:00 ~ 19:00 / 주말, 공휴일 11:00 ~ 18:30 

(매주 일요일 휴관) 

관 람 료 : 성인: 6,000원 

청소년 (초, 중, 고등학생): 5,000원 

미취학 아동, 국가유공자, 장애인, 만65세 이상 무료 

사진 관련 전공 학생, 송파구민, 10인 이상 단체 관람객 1,000원 할인 

문 의 : 한미사진미술관 대표전화 02-418-1315, photo@photomuseum.or.kr

2021-12-11 ~ 2022-02-19
서울시 송파구 위례성대로 14
한미사진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