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국내 사진전

박형호 사진전 '대나무연서' - 두번째 이야기

높은 아파트에서 아래를 내려다 본 날, 그곳에는 부는 바람에 한없이 흔들리는 대나무가 있었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저토록 흔들리는 연유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저들도 생명이 있을진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또 어떤 피치못할 가슴시림이 있는 것인지 공감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된 궁금증은 작가의 발길을 수시로 대숲에 데려다 놓았다.

작가의 주변에는 유독 많은 대나무 숲이 있다. 수시로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보려 도둑고양이 마냥 대숲에 드나들었다. 어느 날 어린 대나무 줄기에 맺혀진 물방울이 그의 눈물인양 작가의 마음에 스며들었고 그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기 시작하였다. 바람에 흔들리면 같이 흔들려 보고 새까맣게 타서 병들어 쓰러지는 것을 보면 작가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 갔다. 서로를 바라보고 다가가지 못하는 아쉬움은 어떠한지 그저 한없이 바라보아야 하는 간격에 애태우는 심정은 또 어떠한지 헤아려 보았다. 한없이 시린 감정으로 마음에 멍이 들고 몸이 뒤틀리는 아픔도 보았다. 그리고 사랑에 젖어 한없이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에 빠져 보기도 하였다. 꿈을 꾸는 듯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 말없이 온몸으로 자신의 말들을 토해내는 그 순간들이 사람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빨려들 듯 그들의 숨소리를 느끼려 하였고 그 느낌에 동화되면 미친듯이 셔터를 눌렀다. 눈에 보여지는 형상보다 깊은 심연의 울림으로 주고 받는 이야기를 담으려하였다. 그렇게 마음을 읽은 사진들을 2019년 1월에 ‘대나무 연서(戀書)’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그리고 3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 그들의 다음 얘기를 내어놓으려 한다. 그들에게 더 깊은 감정을 얻지 못해 외면하기도 했던 시간들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감정이 메말라 버린 것인지 세심함을 보지 못할때도 있었지만 싫던좋던 그들과 함께했던 그 두 번째 이야기를 꺼내 놓고자 한다.

2022-06-25 ~ 2022-07-01

아지트갤러리(서울시 중구 인사동길 35-4, 마루아트센터 본관 2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