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알츠하이머는 일상의 신체적 불편함을 제외하고는 착한 어린아이와 같았다. 아버지는 관심과 사랑으로 당신을 돌볼 기회를 자식들에게 선물로 주셨고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와 마지막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
기억이 엉켜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계시다 하늘나라로 가신 아버지의 기억과 알츠하이머로 인해 굴절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에 대한 관심은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인간 존엄에 대한 물음들을 갖게 하였다. 흐려지는 기억들 속에서 자신을 잃어 간다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는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죽음도 삶의 일부인 것처럼 어느 날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게 되더라도 우리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A Parrot in tn Mirror / 거울 속에 앵무새” 작업은 기억을 잃어 낯선 모습으로 변해가는 나를 상상하며 앞으로 경험할 수 있는 일그러진 환영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맞춰지지 않는 퍼즐처럼 흐려지는 기억 속에 스스로를 수긍하고 이를 삶의 일부로 생각한다는 것이 여전히 어렵고 두렵지만 앞으로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원래의 나’로 돌아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나에게 삶이란 여전히 소중하고 기억이 사라져도 우리는 여전히 살아가야 하니까.
이지혜
2022-09-14 ~ 2022-09-24
KP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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