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국내 사진전

박형호 사진전 '골목의 밤'

밤 골목의 기억



구부러진 좁은 골목을 뛰다 넘어져 생긴 생채기처럼 파고드는 기억이 있다는 것을 한참의 세월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밤, 문득 가로등이 켜진 언덕 아래 동네를 지나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에 어릴적 뻔질나게 드나들던 친구의 집이 오래전 모습 그대로 서 있었다. 순간 울컥 그 시절 그리움이 눈 앞에 다가섰고 저절로 옮겨진 발걸음은 그 집앞과 부근 골목을 한참이나 서성이게 만들었다. 머릿속과 가슴은 나도 모르게 수십년의 공간을 뛰어넘어 그 시절로 돌아가 그렇게 다가선 기억의 감정들로 채색된 겨울의 밤골목을 이리저리 헤메었고 그 과정들을 손에 잡힌 카메라에 하나, 둘 적어 넣고 있었다.



큰길에서 쑥 들어가 동네나 마을 사이로 이리저리 나 있는 좁은 길을 골목이라 정의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사전적 의미보다 정서적으로 다가서는 의미가 더 크다. 많은 예술작품의 배경을 살펴보면 중세 유럽의 도시이든, 현대의 어느 도시이든 골목에 관련한 이야기들이 등장하고 있으며 그러하다는 것은 골목이 주는 이미지가 충분한 예술적 가치가 있고 또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의 연결선상에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50여년전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골목자체가 삶의 애환, 놀이터, 이웃의 사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해거름이 찾아오는 시간이 되면 담넘어, 대문넘어 풍겨오는 된장국 냄새, 작은 창 온기어린 불빛과 함께 들려오는 도란도란 가족들의 일상사가 골목을 가득 채우기도 했었다. 오래전 골목안의 여러 모습들이 오징어게임이라는 드라마에 등장하여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세상이 되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중년이 익어가는 지금 짙은 그리움의 여운이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촬영된 골목들은 아직은 덜 개발된 진주의 상대동, 옥봉동, 봉래동, 상봉동, 망경동 일대로서 밤이 주는 정겨움과 오래전의 따스했던 기운들을 느껴보고자 하는 촬영의도를 가지고 출발하였고 조금은 변했지만 그 골목들이 가지고 있는 사람의 냄새는 울퉁불퉁한 바닥 군데군데 스며들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러함도 잠시 몇 개월의 짧은 촬영기간에도 하나둘씩 골목과 집들이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였고 촬영기간 내내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하나의 기록일 수도, 하나의 감정일 수도 있는 밤골목의 작업은 지나간 우리의 과거를 회상해 보는 시간임에 틀림없었다.



사진가 박 형 호

2022-12-02 ~ 2022-12-08

갤러리현장A라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