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만한 국내 사진전

윤국헌 사진전 '존재의 흔적 화석 옷을 입다'

  <존재의 흔적 – 화석 옷을 입다>

Traces of Existence – Dressed Fossils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의미와 가치가 존재한다

 

사물이 눈앞에 드러나 있는 상태, 현존(existence)을 ‘존재’라고 한다. 

46억 년 전쯤에 탄생한 지구에는 사람을 포함해서 수많은 물체가 여러 가지 형태로 존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형태로 진화하고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소멸한다. 그리고 사라진 대부분은 다시 볼 수 없지만, 화석처럼 흔적으로 남는 것도 있다.

 

대구예술진흥원(대구문화재단)의 전시지원사업에 선정된 <화석 시리즈>는 수년 전부터 국내 여러 박물관에 소장된 화석과 직접 매입한 소품 화석을 재구성하여 이미지화한 화석의 재해석 작업이다.

존재가 사라지면 부재가 되고 부재는 기억을 통해 부재로서 존재한다. 화석의 실체를 본 적이 없어 부재로서 기억할 수 없지만, 남겨진 모습을 보고 자유로운 연상과 막연한 상상 사이를 오가며 찾아낸 존재의 흔적은 두 가지의 꾸미기 작업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사진과 미술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을 이용하여 그림이나 문양을 그려 넣거나 채색을 하고, 여기에 화석 이미지를 전사하여 덧붙이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모노 톤 화석의 특징과 조형성을 강조하고, 예기치 않은 생명체의 죽음과 환경 그리고 삶의 욕구와 생명력이 어떤 것이지 보여준다. 

다른 하나는 화석을 꽃과 함께 구성하여 얼린 뒤에 냉동상태의 모습을 보여주는 얼음 작업이다. 꽃장식은 투박하고 볼품없는 화석에게 아름다움과 향기를 지니게 하고, 얼음은 억겁의 세월, 모진 풍파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흔적으로 남긴 불변의 상징성을 갖는다.

 

회화기법의 차용과 냉동 작업은 화석의 형태와 흔적에 대해 자의적인 상상과 해석 아래 시감각 유도를 위해 도입한 표현 방법이다. 박물관에 소장, 진열된 화석으로는 조명과 구성이 자유롭지 못해 소품 화석을 매입하여 연출한 것도 있다. 옷을 입히고 색칠하고 얼린 화석들은 지금까지 박물관이나 화석 도감에서 보고 느꼈던 정형화된 사진과 달라 감상의 재미와 흥미를 더해준다. 

<존재의 흔적-화석 옷을 입다>는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심오한 내용의 작품이 아니다. 가볍게 화석 앞으로 다가가 살펴보고 화석과 친해지게 만드는 이를테면 ’화석 다시 보기‘에 비중을 둔 작업이다 . 

  

 

 

 

 <작업노트>

 

    화석은 돌덩어리가 아니다

 

존재하는 모든 사물은 언젠가는 소멸한다.

존재가 사라지면 부재가 되고 부재는 기억을 통해 존재한다

생명체들의 신체가 돌덩어리로 굳어버린 화석

남아 있음은

억겁의 세월을 견디어 온 존재의 흔적이며

남아 있음은

‘그때 그곳에 살아 있었다’는 존재의 증명이다.

 

본 적이 없기에 기억할 수 없지만

남겨진 흔적에서 불분명한 생존의 모습을 그려내면

상상 속의 부재는 막연한 그리움의 화석이 된다.

생명체의 진화와 창조는 장엄하고 신비롭다

그래서

현존하는 모든 것에 의미와 가치가 존재하는 것인가?

저마다 못다한 삶에 위안이라도 될까 

앙상하게 드러난 헐벗은 몸에 색칠을 하고 

꽃장식으로 옷을 입혀 단장해 본다.

 

눈길 주는 화석과 긴 시간 마주하면

마치 살아있듯 꿈틀거리고

숨결이 들리는 환상에 젖는다

생명체들의 신체가 돌덩어리로 굳어버린 화석

화석은 그냥 돌덩어리가 아니다.

 

화석과 놀다 글을 적다

 

 

사진가 윤국헌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에서 보도사진을 전공하고 경성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순수사진을 전공하였다.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고 영남대학교, 가톨릭대학교, 대구예술대학교 등 지역 내 여러 대학에 출강하였으며, 대구대학교에서 23년간 학생들을 지도했다.

사진연구소 빛그림방을 설립(2002년)하여 사라져가는 흑백필름 사진의 연구와 발표, 후학을 양성하면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한국예총으로부터 흑백사진분야 한국예술문화명인 그랜드마스터 인증(2021년)을 받았다. 현대사진영상학회 회원, 한국사진작가협회의 자문위원, 보도사진분과위원, 촬영지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사진문화상(2018)과 대구예술상(2022)을 수상하였다. 

개인전 7회와 국, 내외 여러 단체전에 100여 회 참여했다. 제1회 개인 전시(1995년)에서는 필름의 유제 면을 균열시켜 세상 풍경을 풍자한 작업 ‘과거로부터’와 풍경을 넘어서‘를 선보였고, 제2회 전시에서는 인스턴트 필름 이미지의 전사와 조합사진을 발표했다, 제3, 4회 전시에는 비은염유제 작업을, 제5회 전시는 제자, 문하생들의 초대로 회고전을, 6회 전시(2021년)에서는 흑백사진 작업을 발표하였다. 발표한 사진들은 정확한 재현을 목적으로 한 ’스트레이트 포토 straight photo‘도 있지만 주로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그리고 촬영 후 재구성하는 ’메이킹 포토 making photo‘ 형식의 다양한 작업을 시도하여 사진표현 영역의 확장을 추구하고 있다., 

개인 창작 이외에 사진의 기록성을 바탕으로 한 <대구를 보다>를 기획(2013년), 16명의 사진가를 촬영팀으로 구성하여 “신천”을 비롯하여 “대구의 다리, 골목, 유, 무형 문화재, 서원과 고택” 등 대구의 문화와 역사를 찾아 기록하는 장기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10년간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매년 전시를 통해 발표하고 카렌다를 제작하여 시민들에게 배부하여, 대구의 모습을 재인식하고 널리 알리고 있으며, 그동안 기록한 사진들은 한 시대 대구의 변천 과정을 보여주는 사료(史料)로서도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내년에 10년간 촬영한 사진을 정리하여 사진집을 출간하고 자료와 이미지 데이터는 지자체, 공공기관과 협의하여 시민들과 공유할 예정이다. 올해 11년 차 작업은 대구문화재단 지원사업으로 <금호강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 12월에 대구문화예술회관 전시와 사진집<금호강에 부는 바람>을 제작할 예정이다.  

개인 작품집으로 <춘몽(2017년)>이 있으며, <존재의 흔적- 화석 옷을 입다> 사진집을 제작(2022년 11월 발간 예정)>) 한다.

 

 


화석시리즈#62 암모나이트 Ammonite 60x90cm

 


화석시리즈#69 암모나이트 Ammonite 60x60cm

 


화석시리즈#82 초기양서류

2022-11-22 ~ 2022-11-27
대구 중구 봉산문화길 77 봉산문화회관
봉산문화회관 제1전시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