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Lee 개인전, “타자로부터 존재된 시간”

주목할 만한 국내 사진전

J. Lee 개인전, “타자로부터 존재된 시간”

전시 소개

무늬와공간 갤러리 대표 임창준

J Lee 작가는 오랜 기간동안 부산과 서울 양대 도시에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수 없이 두 도시 사이를 오갔던 엄청난 이동 거리만큼 큰 고독한 상황 속에서, 많은 상상과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코로나 세월을 거치게 되면서 역설적으로 주변 상황에 적응하게 되었고, 나아가 제삼자의 시선으로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자화상 시리즈를 통해서 불확실한 미래와 고통의 현재를 끌어안고 매일매일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 역동적으로 춤추는 모습들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나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겪는 삶의 딜레마를 희망적으로 풀어가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에 발표했던 < Nomadic Eyes> 전시에서는 한곳에 정주하지 않는 노마드의 삶을 살면서 일상에 쓰이는 오브제들이 낯설게 다가오며 느꼈던 실제 모습 뒤에 숨겨져 있는 어떤 느낌이나 분위기를 표현함으로써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고독과 마주치면서 희망과 가능성의 꿈을 가질 수 있는 존재를 지향합니다. 고독이나 상실감과 마주 보기 위해 지나치는 주변 모습들과 미리 기획된 인물작업들을, 어쩌면 불규칙적으로, 잘 배열하여 보여줍니다. 관객들은 고독과 허무, 고통이 내재한 삶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새로운 의지를 가지고 살아내는 존재의 의미를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 행사 안내 : 교대역 5번 출구 앞 인앤인빌딩 8층 ‘무늬와 공간’ 갤러리에서 11월 11일 오후 3시부터 1부 오승은 선생님의 ‘시대를 아우르는 미술 이야기, 사진으로 보는 미술사’ 강의 후, 2부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 됩니다. 참가를 원하시는 분들은 갤러리로 신청해 주십시오. (02-588-2281, bonebank@hitel.net)

▪ 작가 노트 : “타자로부터 존재된 시간” J. Lee

모두가 어려운 시기였다.

자연재해에 버금가는 바이러스가 온 세상을 뒤덮고 모임금지, 자가격리 등으로 인해 삶 자체가 근본적으로 변화되면서 스트레스나 우울감으로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시기를 우리는 보내었다. 그렇게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현대인들은 자신의 모든 일상을 타인들과 sns 등으로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지내면서도 문득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지, 또 괜찮은지 되뇌는 질문을 하면서 고립과 단절을 경험하였다.

아마도 그것은 현대인들이 갖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일지도 모르겠다. 인간은 가장 고독할 때 자기 실존을 느끼게 되는 것이고 본질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얼마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나와 대화하며, 나 스스로 나를 지탱할 수 있을까? 세상은 함께 사는 삶이라고 하지만 함께 있더라도 개인의 고독은 필요한 법이다. 누구나 자신의 고독이 있음을 알아야 하고, 고독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첫 번째로 단순 하면서도 미묘한 순간을 포착한 스냅사진과 철저하게 준비하고 기획한 인물사진들을 함께 촬영하였다. 두 번째로는 불규칙하고 설치적이고 액자와 프린트, 그리고 사진의 크기를 별개로 전시하였다.

이러한 나의 사진들은 외로움과 고독으로 뒤덮인 사회에서, 삶이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돌아가지 않고 삶의 현실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하여도 고독과 허무, 고통이 내재한 삶까지도 기꺼이 사랑하며 춤을 추듯 의지를 가지고 살아내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내일이 기다리는지 불확실한 현재, 개개인이 겪어가는 삶의 딜레마를 잠재되어 있는 희망과 가능성으로 꿈을 가지고 부유하는 존재가 되기를 소망하며, 조금이라도 사람들의 마음에 작은 파동을 일게 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