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진주 이야기> 아카이브의 의미와 가치를 듣다!

전시기획의도 

1. 도시, 도시성

 

흔히 도시는 서로 이질적인 개인들의 밀집적이고 상주적인 거주형태의 생활공간을 말한다. 사회학은 도시 속 인구 구성원의 다양한 이질성과 삶의 현상에서 오는 분화를 연구한다. 나아가 구성원의 익명성과 개인이 아닌 집단성으로 인한 삶의 규격화 등이 사회학에 내재된다.

 

도시학자 워스(1889~1952 ,미국)는 오래전 도시의 발달과 세계의 도시화에 주목하고 그 위기에 대하여 경고하였다. 인구의 밀도, 인구량, 인구의 이질성의 증대는 도시 이전의 다른 특수한 생활양식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개인과 집단의 경쟁으로 인격적 연대의 상실, 공적 통제 시스템의 발전과 더불어 전통과 관습의 쇠락. 결국 이러한 도시화의 변화로 인간 생활의 양태는 비인격화•익명성•몰개성화의 길을 걷게 된다. 사회적 모든 관계는 인격적 관계보다 자본의 관계로, 미디어는 객관적 정보가 아닌 이익집단의 선전의 장으로 변화된다. 이러한 도시 특유의 인간관계•행동양식•의식형태 등 여러 특성의 총체를 그는 ‘도시성’이라 정의하였다.

 

20세기를 지나면서 전 세계의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그리고 모든 도시는 표준화를 추구한다. 이는 도시의 역사성•거주성 보다 자본주의의 손익을 우선시한다.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 누구나 꿈꾸는 이상(?)의 실현을 극대화한다. 이렇듯 도시성은 성공적 삶을 위해 장소의 개념을 해체하기에 이른다. 결국 현대 도시성은 보존되어야 할 과거와 현재는 삭제되고 오지 않은 미래만 남기는 것이다. 과거 선조가 물려준 역사와 자연 대신에 더 높고, 더 화려한 건물이 가치이고 표준이 된다. 더 빠른 정보, 더 빠른 이동이 지식이며 권력으로 작동된다.

 

결국 현대의 도시성은 모든 것이 욕망의 표준화•규격화되는 균일성이 목표이다. 이제 거주를 잃어버린 자리에는 공간의 면적이, 도시의 메커니즘은 탈개성화와 소외현상으로 작동한다. 또한 신자본주의의 시장구조는 조건 없는 소비를 미덕으로, 하늘을 치솟는 빌딩의 앙고성은 부와 권력의 상징으로 유혹한다. 이렇듯 도시의 속성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은 결국 속도감과 수직구조에만 익숙해진다. 잠시의 여유는 창의적인 여가가 아니라 경쟁의 불안과 초시의 자화상을 만들게 된다.

 

철학자 리처드 슈스터만(1998~2004, 미국) 은 도시가 성장할수록 인간 경험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음을 단언한다. 인간 경험은 감각의 문제인데 반해 감각을 통한 미적 체험의 상실되고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의 질은 급격하게 위기를 맞게 될 것이다. 인간은 몸의 감각이 둔감해지면 식별에 둔감해지고 삶의 태도는 무정해진다. 심한 경우는 무감각증을 앓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도시성은 우리를 물리적으로 이곳에 현존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부재하는 현상에 직면하게 만든다.

 

우리 도시의 현실도 마찬가지다. 모든 지방도시가 신도시•혁신도시를 표방한다. 자신의 장소를 희생하고 스펙터클의 자본을 증식해 나간다. 한편으로는 도시성에 젖은 몸의 습관이 앗아간 무감각증에 보상이라도 할 듯이 ‘문화 역사 예술의 도시’를 앞세운다. 정착된 제도 없이 경험의 파편성을 복원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완전하고 통일된 미적 경험을 회복하는 일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제도적 장치 없는 행정은 정치적 요식에 불과한 일일 뿐이다.

 

2. 진주, 진주성

 

진주는 이러한 도시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진주는 분명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는 몇 가지 지점이 있다. 역사적 맥락에서 고려한다면 진주성과 촉석루와 의암 등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역사적 유산들이 어디 진주에만 존재하는가. 어느 지역에서나 역사적 유산들을 제 각각의 가치로 보존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의 역사는 다양한 지역에서 다난한 격동을 거치며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진주를 ‘천년 도시’라 지칭하려 한다면 그것은 역사적 유물이 아니라 계승되어 온 진주 정신을 통해서라야만 표상될 수 있다. 가령 진주성보다는 왜적의 침략에 저항했던 김시민 장군과 주민들의 구국정신, 1862년의 임술민란의 도화선, 근대 최초의 인권운동인 형평운동이 있다. 이는 진주를 기반했던 남명 조식 선생의 교육이념에 신세 진 것이다. 실천을 표방한 유학의 복귀, 나아가 그 교육이념의 전통으로 인해 진주가 교육의 도시로 알려진 것이라 추측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진주의 정통성을 설명하기에는 너무나 물신적이고 관념적이다. 이미 시대가 달라졌고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기 때문이다. 도시의 변화 속도는 속도에 속도가 붙고 인간의 감각으로는 어쩔 수 없는 가속도가 따라붙는다. 이러한 신자유시대에 있어 진주 역시 이미 사회학적 도시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3. 사진, 진주

 

사진은 최첨단 도시발전의 가속도에 정보의 차원에서 많은 기호들을 포섭한다. 인쇄물부터 모든 미디어 환경을 구조화시키고 그 구조들을 비평하기도 한다. 최근 사진의 경향은 디지털 매체의 영향력과 활용성이 극에 달했다. 특히 우리 상황은 디지털 산업의 발전에 힘입어 누구나 사진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온 국민이 사진을 통해 기록하고 표현하는 일이 일상이 된 시대에 지금 살고 있는 것이다. 작가층 또한 두터워지고 그에 따른 미학적 담론도 풍요로워졌다.

 

특히 진주 사진의 역사는 타 지역에 비하여 그 정통성과 계승에 있어 심도 있는 진화과정을 거쳐왔다. 일찍이 리영달(1934~)은 “고향에 진 빚을 갚고 싶은 마음”으로 진주인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을 기록해 왔다. 객관주의적 성향이 강한 그의 작업들은 과거의 역사와 기억 속으로 우리를 소환한다.

 

김우태(1937~)는 “진주의 낭만과 서정의 표현”이라는 주관적 태도로 일관된 진주인들의 삶과 정서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의 사진은 진주인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가슴 한켠에 있는 추억을 견인한다.

 

이후 이갑철(1959~)을 통해 민족의 심연 속 무의식의 한과 기운을 드러내는 작품으로 그 완결성을 이루게 된다. 지금은 갤러리 루시다(2016~), 연례행사인 ‘사진 진주’와 함께 사진예술의 제도적 장치가 구축되었다. 특히 ‘갤러리 루시다’는 진주 시민의 참여와 공감 속에 지역성을 넘는 수준 높은 전시를 기획•유치하면서 사진 예술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 <진주성>은 이러한 진주 사진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기획되었다. 특히 타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전업 사진가들의 참여가 진주 사진의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두 번의 전시 중 1부에서는 현대 도시로서의 진주를 조망하고자 한다. 변화하는 진주를 통해 신자본주의와 전통적 문화유산의 구조적 관계를 다룰 것이다. 2부는 장소성의 의미와 변화에 편입되지 못한 원도심 속 존재의 소외와 삶의 모습에 주목한다.

 

이번전시 <두 진주 이야기>는 특히 타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전업 사진가들의 참여가 진주사진의 확장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두 번의 전시중 1부에서는 현대도시로서의 진주를 조망하고자 한다. 변화하는 진주를 통해 신자본주의와 전통적 문화유산의 구조적 관계를 다룰 것이다. 2부는 장소성의 의미와 변화에 편입되지 못한 원도심속 존재의 소외와 삶의 모습에 주목한다.  

 

<두 진주 이야기>는 이렇듯 진주의 역사‧문화적 전통성과 진주 사진의 계보를 이어가는 지점에서 기획되었다. 그것은 기록과 사진은 상호 간 긴밀한 관계에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두 진주 이야기>가 객관적 기록의 측면에서 여러 가지로 벗어난 지점에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다수 작가들이 아카이브(보존기록, 관리)에 전문성이 부족한 비전업 작가로 구성되고 작가주의적 태도로 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전시는 ‘진주참견록’이라 명명하는 것이 타당할지도 모른다.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E.H Carr)는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기록을 놓치면 역사가 사장되고 기록이 주관화되면 역사는 왜곡되는 법이다. 특히 사회나 국가적으로 보존 가치가 있는 공공 기록물의 경우 개인의 관점에서는 가치의 편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근래에 와서 공공기관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기록의 객관적 가치나 공정성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공공의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여 반드시 보존되어야 할 가치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지방문화의 총본산으로 유서 깊은 도시인 진주. 진주는 예로부터 역사와 예술의 고장이라 자부하고 있다. 늦었지만 민간의 차원에서라도 아카이브의 중요성을 깨닫고 실현해 나가는 일은 상당히 가치 있다. 하지만 아카이브는 결국 중립성과 체계적 관리가 생명인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기록성과 객관성에 충실한 매체인 사진을 통한 <두 진주 이야기>는 그런 측면에서 하나의 촉매가 되었으면 한다.

 

사진가/이상일

 

 

참여 작가 

진주性> 김병욱/김남효/윤성렬/박영희/손묘년/양순남/김숙경/배은희/김주영

진주城> 한은경/권해일/여영태/강갑회/고한종/강철행/손호경/배은희/이영국

 

이영국_중간도시 The Third Zone, 20×24 inch, Gelatin silver print 


6-1-1집으로 가는 길, 진주역_김주영, Variable Pigment Print  2021


 진주 시장에서 만난 어머니_양순남,16×20inch


간이역_배은희, Gelatin silver pr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