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다이아나와 니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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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9-10-02 06:49:26 |
조회수 | 632 |
이제는 절판되어 더 이상 시내에서 구하는 것이 어렵게 된 자네트 말콤의 <다이아나와 니콘>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은 해뜸에서 1987년에 출판된 책으로, 개인적으로 유학을 준비하면서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이 책 146 페이지를 보면 얼마전 세상을 떠난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 미학에 대한 정확한 인용이 있어서 소개한다.
"뉴포토그래피(new photography)의 마네라 일컬어지고 있는 로버트 프랭크는 구도나 디자인, 톤 밸런스, 프린트의 질 등 그의 전대 사진가들이 가졌던 회화적 가치 기준을 용의주도하게 떨쳐버렸다. 그리고는 마치 어린애가 아이스케이크를 먹으면서 장난삼아 찍어 잡화점에 현상, 인화를 맡겨 얻은 사진처럼 보이는 사진들을 내놓았다. 그의 사진집 <미국인>에서 로버트 프랭크는 자신의 사진을 가장 적나라하게 사진적으로 보여주었다."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전통 중 하나는 통속사진(vernacular tradition)이다. 이는 배우지 않은 것, 제멋대로인, 다듬어지지 않은 스냅 사진이 가지는 가치를 포함한다.
사진사를 공부할 때 가장 먼저 들었던 이야기는 바로 '사진은 누구나 할 수 있다'였다. 이것이 전제가 될 때 통속사진과 뉴포토그래피의 의미가 정확히 이해될 수 있다. 사진은 얼마든지 실수로, 의도하지 않게 특정한 의미와 메시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 사진가가 편집과 제시하는 방식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다.
로버트 프랭크의 사진은 이전 사진들이 가지는 회화적 전통과 규칙을 과감히 떨쳐 버리기 위해 가장 사진적인 속성, 즉 아마추어 사진이 가지는 통속적인 속성을 가장 잘 이용하여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낸 사람이다. 마치 아마추어가 아무렇게나 찍어서 동네 사진관에서 찾은 듯한 인상을 주는 그런 사진을 통해 사진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보여주었다.
이 책 91페이지에 인용된 리제트 모델의 말은 스냅사진의 특질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스냅사진은 스트레이트하지도, 잘 된 것도 아니며 또한 구도가 잘 잡히지도, 깊은 생각 끝에 찍힌 것도 아니다. 이러한 불균형, 사진에 대한 지식의 부족, 그리고 사진에 대한 거짓없는 순수성으로부터 인생에 대한 대단한 생명력과 표현력이 생겨나는 것이다."
거짓없는 순수성, 이것이야말로 사진이 형식주의를 벗어나서 진정한 의미를 발휘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닐까 싶다. 요즘 우리는 오히려 시대를 역행해서 너무 반듯하고, 아름다운 근대 사진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